광양항과 제철소가 인접한 산업도로, 화물차가 오가는 길목마다 주유소들이 들어서 있습니다.
그 중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단골을 끌어모았던 이 주유소.
알고 보니, 몰래 빼돌린 선박용 면세유를 섞어 파는 곳이었습니다.
[주유소 부지 임대인 : "여기는 가짜(면세유)를 걸렸어요. 선박용 경유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..."]
탈세 등이 적발되면서 지난해 초 '사업 정지' 조치도 내려졌습니다.
하지만 1년에 걸친 불법 영업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.
업주를 수소문해 봤더니, 200km 떨어진 대전에 살고 있었습니다.
[A 씨/주유소 명의상 대표 : "주유소를 명의만 내가 한 거지. 나이가 73인데 이런 걸 하겠어요."]
재작년,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일당에게 인감 서류 등을 넘겼더니, 주유소 '바지 사장'이 돼 있었다는 겁니다.
[A 씨/주유소 명의상 대표 : "신용불량자냐고 그래서 아니라고 나 (기초)수급자라고 그랬더니, 목돈을 해줄 테니 명의를 좀 빌려달라 해서..."]
실제로 영업을 했던 일당은 수사와 동시에 잠적했고, 경찰의 소환 통보와 2천만 원 넘는 체납 세금, 4천만 원대 주유소 채무까지 모두 A 씨의 몫이 됐습니다.
이처럼 명의를 도용해 불법 영업을 하는 주유소가 이곳 한 곳만이 아니라는 제보가 들어와, 직접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.
석유사업법 위반으로 지난해부터 수사선상에 오른 이 주유소, 서류상의 '대표'란 사람은 인천의 고시원에 살고 있습니다.
이런 '명의 도용' 주유소가 취재진이 파악한 것만 3곳입니다.
[주유소 부지 임대인 : "경쟁이 심하니까 정상적으로 할 사람은 안 해. 차 많이 다니고 가격 경쟁이 심한 데가 지금 전부 다 하고 있어요."]
이들은, 불법적으로 빼돌린 이른바 '무자료 기름'을 싸게 팔아 손님을 끌고 큰 차익을 남깁니다.
석유관리원 단속에 걸리는 시간은 통상적으로 6개월.
처음부터 그 기간만 영업할 계획으로 가짜 사장을 물색한 뒤, 세무조사와 수사 등의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본인들은 잠적하는 겁니다.
[주유업계 관계자/음성변조 : "면세유라든지 항공유라든지 선박용 기름이라든지 무자료로 빼돌려가지고 그렇게 하는 사례들이 많은 거거든요. 형사처벌도 굉장히 센 편이라 보통 바지사장 두고 하는..."]
탈세의 온상임에도 불구하고 '바지 사장'을 내세운 탓에 처벌과 환수조차 어렵습니다.
[주유소 부지 임대인 : "잡으려 하면 이미 사업자는 바뀌어서 잡을 수가 없어요. 딱 두 번 해 먹고 도망가 버리니까."]
[A 씨/주유소 명의상 대표 : "(저한테) 목돈 해준다 그래갖고 한 3개월 연락하다 딱 끊겨버린 거예요. 사건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는 이것도 안 했죠."]
'면세유' 뿐 아니라 품질 미달의 '가짜 기름'를 파는 주유소도 매년 70곳 넘게 적발됩니다.
하지만 이런 곳도 상당수가 '바지 사장'을 앉혀놔서, '실제 업주'가 처벌받은 사례는 서너 곳에 불과합니다.
KBS 뉴스 황다예입니다.